조용한 이별, 그리고 다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 -자궁외임신

🌙 “아무 일도 없을 거야”라는 말의 위로

임신 테스트기 위로 선명하게 나타나는 두 줄.
그 조용한 기쁨을 남편과 함께 음미하며, 우리는 조심스럽게 매일을 보냈어요.
가슴은 붓고 아프고, 생리는 오지 않고…
그런 변화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 신도림의 곱창, 그리고 작은 기대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는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녔어요.
신도림의 새벽곱창이 유난히 생각나는 그때.
그리고 간간히 다시 해보는 임신테스트기.
날이 갈수록 진해지는 두 줄, 하지만 역전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 다시 병원, 아기집은 아직…

질염 증상으로 병원을 다시 찾았고,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질초음파를 해주셨어요.
역시나 아기집은 보이지 않았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말씀만이 남았습니다.

남편은 금세 다시 희망을 품었어요.
“태명은 뭐로 할까?” “태교여행은 어디로 갈까?”
하지만 나는 그 말마다 방어하듯 말했어요.
“아직 몰라…”

그건 정말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행복한 상상 끝에 마주하는 상실은… 너무 아플 것 같았어요.


🧪 피검사, 그리고… 마음이 무너진 순간

드디어 병원에 다시 갔어요. 그때는 5주가량 되었던 시점.
“이 시기에는 아기집이 보여야 정상인데…”
의사 선생님의 말은 조용했지만 단호했어요.
피검사를 하자는 말에, 긴장이 극에 달했습니다.

첫 피검사 수치는 700대.
이틀 후, 900대.
더블링 실패.
그리고 병원에서는 MTX 주사 치료를 권고했어요.
드디어, 두려워하던 자궁외임신 확진이 내려진 겁니다.

믿고 싶지 않았어요.
아직도 내 몸은 임신 증상을 보내오고 있는데…
나는 건강했는데, 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다른 병원도 방문했어요.
조금의 희망이라도 찾고 싶었어요.
초음파에서 아기집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선생님은 “자궁외임신은 아닙니다.” 라고 단호하게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절박한 희망이었는지요…

그러나 결국, 다시 받은 피검사 수치는 1200대.
더블링 실패.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라고 느꼈어요.


🧡 남편의 눈빛, 그리고 MTX 주사

병원으로 가는 날.
남편이 퇴근을 서둘러 함께해주었어요.
먼저 도착한 병원앞에서,
“괜찮아”라는 눈빛으로 내게 다가오는 남편을 보며,
터져버릴 듯했던 눈물을 간신히 삼켰습니다.

MTX 주사, 항암제로 쓰인다는 약물을 주입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우리 첫 아기와의 인사는,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되었습니다.


🌱 자궁외임신이라는 이름

자궁 외 임신은 자궁 밖,
난관이나 난소, 복강 등에 수정란이 착상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내 경우 초음파로 확인이 안되었기 때문에, 정확히 자궁외임신인지 자궁 내 착상 후 멈춤인지 아직도 확실치는 않아요. 

그저 분명한 것은,
이 아기는 우리 곁을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주사치료가 아니었다면 내 몸이 위험할 수 있었단 사실.

그럼에도, 그때 병원이 너무 재촉하는 듯해 서운했던 감정도 솔직히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판단이 나를 지켜주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 모든 게 내 탓처럼 느껴졌던 순간들

무너진 마음 속에,
“내가 너무 무리했나…”
“내가 몰랐던 게 문제였나…”
스스로를 책망하곤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어요.
이 모든 경험은 내가 더 단단해지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어떤 일도, 나와 남편의 탓은 아니라는 걸요.


🌸 지금은 조금의 위로가 되는 것들

아래 것들은 다음 임신을 위해 안하기로 한 것들의 목록입니다.

  • 머리를 감을 때 쪼그려 앉지 않기
  • 관계시 수용성 젤 등을 사용하지 않기
  • 질염 관리에 더 신경쓰기
  • 카페인은 의식적으로 줄이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정이 되고 착상이 되었던 것만으로도 다음 임신의 좋은 징조라는 이야기.
그 말이 이제는 조금의 위로가 됩니다.


🌷 함께 기다리는 모든 부부들에게

임신이란 기적은,
정말 때가 되어서야 우리 곁으로 오는 것 같아요.
과학의 한계 속에서도,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우리는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이 길 위에 있는 모든 부부들에게,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에요.

 

#자궁외임신 #임신초기 #피검사 #MTX주사 #임신중단 #슬픈이별 #임신기록 #태명을못지은아이

 

기다림 끝에서, 모든 부부의 품 안에 따스한 기적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