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테기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들
— 두 번째 인공수정 이후, 마음을 다잡기까지
인공수정이 끝난 후의 시간은
정말이지 어떻게도 적응되지 않는 시간이에요.
오비드렐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임신이 안 되었어도 며칠 간은
임테기에 두 줄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초기엔 임테기를 권하지 않는다는 것도요.
하지만…
그걸 아는 것과 기다리는 건 별개의 문제더라고요.
🌙 매일 아침, 익숙해지지 않는 일상
하루의 시작은 늘 **질정(예나트론- 저는 좀 간지러웠어요ㅠㅠ)**으로 시작돼요.
출근 전에 넣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회사를 향해 걸어갑니다.
그나마 회사에 가면 정신이 없어서
‘이번 시도가 성공일까? 실패일까?’ 같은 생각도 멀어져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그게 아니라면 하루 종일 블로그, 카페만 들여다보며
조그만 몸의 변화도 전부 임신 증상일까 아닐까 묻고 있었겠죠.
💊 호르몬제는 몸도, 감정도 오락가락하게 만들어요
페마라, 예나트론 같은 약들은
단순히 몸의 변화만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흔들어놔요.
임테기를 해볼까? 말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남편 몰래 임테기를 꺼내볼까 고민하게 돼요.
그러다 겁이 나요.
“이번에도 또 한 줄이면 어떡하지?”
그럼 또 하루 종일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을 것 같고…
그게 두려워 하루를 더 참습니다.
참는 중에도
**“인공수정 n일차 임테기 진하기”**를 검색하고,
나도 모르게 기준치를 외우고 있어요.
그리고 결국,
병원 피검사 이틀 전,
몰래 임테기를 해봅니다.
🌀 임테기는 왜 항상 몰래 하게 될까요?
그 순간을 공유하면
남편도 나처럼 실망할까 봐,
아무래도 그 슬픔까지 혼자 감당하려는 버릇 때문인 것 같아요.
조심스럽고, 두려운 하루하루예요.
🍃 쭈쭈바를 물고 걷던 밤, 그리고 시간의 관점
하루는 남편과 저녁을 먹고,
쭈쭈바를 입에 물고 단지를 한 바퀴 돌았어요.
그때 나눈 이야기 속 한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
📖 과거의 나에게
‘왜 좀 더 빨리 임신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는
한 번쯤은 모두가 해보는 생각일 거예요.
우린 연애도 오래했고,
함께 산 지도 오래됐고,
그동안은 정말 회사 일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아기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죠.
주변에
“임신이 이렇게 어려울 수 있어요”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 더 빨리 준비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시간.
그리고 솔직히,
그때 누가 뭐라 했어도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과거를 후회하기보단, 그냥 흘려보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현재의 나에게
지금은 막막해요.
뭘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몸도 힘들고,
마음은 우울하고…
그래도 하루하루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겠죠.
🕰️ 미래의 나에게
40세의 내가
37세의 나를 돌아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그때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조금 더 그 시간을 기쁘게 살아도 됐을 텐데.”
지금 아이가 생긴다고 해도
50살이 되었을 땐 겨우 13살이니,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것도요.
만약 아이가 생기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한 지금을 기억하는 건 분명 위로가 될 거예요.
반대로,
“그때 더 해볼걸…”
이라는 후회는
계속 나를 아프게 할지도 모르니까요.
🌱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오늘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즐겁게, 건강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며.
이 시간이 언젠가
누군가의 첫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기다림 끝에서, 모든 부부의 품 안에 봄처럼 따스한 기적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